[Review] 김옥정x크랜필드 <자르고 남은 구름> 리뷰, 「겉바속촉 바게트 만들기」

writing 2021년 6월 19일

김옥정x크랜필드 <자르고 남은 구름> 리뷰, 「겉바속촉 바게트 만들기」

밀가루 200g, 150g, 이스트3g

빵을 구성하는 필수 재료가 있다. 밀가루, 물, 이스트. 여기에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재료들을 추가할 수는 있지만, 밀가루와 물, 그리고 이스트가 없으면 빵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옥정과 크랜필드는 《자르고 남은 구름》을 만들기 위해 각자가 지닌 최소한의 필수 요소들을 준비하여 마주하였다. 마치 제빵에 있어 밀가루, 물, 이스트가 있듯, 김옥정과 크랜필드는 ‘스쳐간 감각을 붙잡아 놓는 작업’, ‘보이지 않는 것들로 만드는 이야기’, ‘다채로운 감각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두 작가에게 있어 중심을 이루는 요소들을 손에 쥔 채 만났다.

김옥정은 세상에 반응하는 말들이 자신 안에 쌓여갈 때 그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낸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는 그가 감각한 것들 중 잔상이 오랫동안 남는 것을 점차 구체화시켜 색과 형상으로 화면을 채운다. 크랜필드는 어느 한순간을 사로잡는 감각에 집중하며 음악을 만든다. ‘모호한 정서를 조립하는 과정’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 그의 말처럼 크랜필드는 특정한 감각을 기억하고 소리를 쌓아 그 느낌을 음악으로 재현한다. 이처럼 비슷한 알레고리로 작업을 이어가는 두 작가는 서로의 영역을 동경한다. 남의 떡이 더 커보여 흘겨보는 것이 아닌, 흔쾌히 다른 이의 떡을 만져보고 먹어볼 용기를 내는 것이다.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와 이스트를 채에 걸러 내리고, 물을 따듯한 미온수로 데워야 한다. 완성된 빵을 빨리 보고 싶다는 조급함을 내려놓는 자세도 중요하다. 김옥정과 크랜필드는 협업을 위해 각자가 지닌 재료를 잘 다듬고 온도를 맞추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을 것을 인지하고 천천히 시간을 갖고 작업에 임했다. 고운 가루와 따스한 물이 한 볼 안에 담겼다.

맨들맨들한 반죽을 위하여

일상 속에서 자신의 감각과 링크된 순간을 기억하고 그 장면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던 두 작가에게, 서로의 작업으로부터 작업을 구상해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마치 하나의 볼 안에 방금 담긴 밀가루와 물, 그리고 이스트가 각자의 관성에 따라 흩어져 있듯, 작업으로 불러들이지 않던 서로의 작품으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엔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처음 서로를 접촉한 밀가루와 물은 가라앉거나 부유하며 어우러지지 않는다. 시작단계에서의 반죽은 거칠고 작은 덩어리들을 만든다. 일부의 밀가루와 일부의 물이 섞여 덩어리를 만들어가지만, 여전히 흥건한 물과 흩날리는 밀가루, 이스트는 반죽하는 손을 방해하곤 한다. 그럼에도 조금씩 덩치를 키우며 찰기를 다져가는 반죽의 모습에 반복적인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 한참 반죽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덩어리가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이불을 개듯 반죽을 접고 접으며 빵의 결을 만든다. 정성스런 반복이 더해질수록 결이 살아있는 빵이 된다.

(후략)

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