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나는 금박의 달 모양 초콜릿을 집었다

writing 2019년 4월 29일

나의 눈썹 빈틈을 남긴 사건 역시 유치원을 마치고 엄마의 미술학원에서 오후를 신나게 보낸 후에 벌어졌다. 엄마는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라며, 아빠에게 줄 초콜릿을 사기 위해 나의 손을 잡고 학원 앞에 있는 한 빵집을 들어갔다. 내게도 하나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나는 금박의 달 모양 초콜릿을 골라 집었다. 밸런타인데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나는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이 있다는 것에 무척 설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와 함께 라디오 뒤에 초콜릿을 숨겼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아빠를 짠! 하며 놀라게 하자며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까르르 까르르 웃었다. 그것이 얼마나 흥분되었는지 모른다. 깨끗이 씻고 아빠를 맞이하자는 엄마의 제안에 싫어하던 샤워도 좋다며 신이 나 화장실로 향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내게 초콜릿을 받고 좋아할 아빠의 모습이 가득했다. 물줄기를 맞으며 깔깔 웃던 시간도 잠시, 머리를 감겨주는 엄마와 쫑알거리며 이야기를 하던 나는 돌연 세면대에 머리를 세게 박았다. 엄마의 실수인지 나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은 벌어졌고, 엄마는 바로 놀란 나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괜찮다-길래 정말 괜찮은 것 같아 나는 아프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괜찮다고 연거푸 말하며 샤워를 이어갔다. 하지만 물기를 닦고 보니, 상처가 꽤나 심했나 보다. 나를 유심히 보던 엄마는 괜찮지 않은 것 같다며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의 소식을 들은 아빠는 곧장 집으로 달려왔고, 나는 아빠가 달려온 이유도 잊은 채 아빠를 보자마자 허겁지겁 라디오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엄마의 머릿속에는 숨겨둔 초콜릿이 어느새 잊혀있었고, 우리의 깜짝 선물을 알 리가 없는 아빠는 엉뚱하게 거실로 향하고 있는 나를 번쩍 들어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가는 내내 나는 아빠가 나보다 먼저 집에 들어가 숨겨둔 초콜릿을 발견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걱정이 가득했다. 엄마와 아빠는 나의 상처를 보며 발을 동동거렸고, 나는 숨겨둔 초콜릿을 들킬까 발을 동동거렸다. 눈썹을 꼬매는 중에도 나는 아픈 줄도 모르고, 집에 남겨진 달 모양 초콜릿 생각에 빠져있었다. 참 철이 없던 어린 여준이었다. 다행히 치료는 금방 끝났고 나는 밸런타인데이가 지나가기 전, 엄마와 아빠와 함께 집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방금 전 제 인생의 첫 응급실을 향하여 작은 수술을 받은 6살의 여준에게는 그보다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라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재미있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말할 것도 없이 곧장 라디오로 달려가 숨겨놓은 초콜릿을 아빠에게 안겨주었다. 사실 초콜릿을 건넨 후, 엄마와 아빠의 반응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아빠에게 무언가를 선물을 한다는 흥에 취하여 그 후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나 보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왕이면, 꽤나 놀랐을 그때의 엄마가 한껏 들떠 아빠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나를 보며 웃음 지어 보였길 바라본다. 아빠에게도 이십여 년 전의 2월 14일이 나의 눈썹 사고의 날이 아니라, 내게 첫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받은 날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 화장대에 앉아 눈썹을 채웠다. 6살 여준이 만난 첫 번째 밸런타인데이 생각에 오른쪽 눈썹을 씰룩이며.

(2017년도 6월 월간에세이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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