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 할머니』

publication 2018년 7월 4일

『그때, 우리 할머니』
That time, My grandmather 2016.12, 120p, 북노마드

내가 88세가 되던 지난해, 외손녀 여준이가 할머니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신혼 시절 등 살아온 삶의 얘기를 듣고 미술작품과 책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구순을 앞둔 나이인데 머릿속에 무슨 기억이 남아 있을까? 
뇌세포는 하나하나 죽어가고 있는데. 자신은 없었지만 용기 내어 인터뷰를 승낙했다. 그렇게 나는 88년 전으로 돌아가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여준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모여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잊고 있었던 나의 지난 삶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중략) 이제야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인생이건만 몸이 내 맘 같지 않아 서글프다. 존경을 받고 감동을 줄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는 것도 부끄럽고 아쉽다.
‘그러나 지금 나는 행복하다!’
                                                                                                                            할머니의 글, 4-5pp.

하지만 작은 바람은 있다. 그저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책을 덮은 후, 당신의 할머니가 혹은 당신의 어머니가 처음부터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가 아니었음을, 그녀들도 우리와 똑같이 소중한 인생사를 지니고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전화 한 통 걸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그걸로 좋다. 
책을 마무리하며, 엮은이의 글을 쓰는 동안 몇 번이고 눈물이 차올랐다. 집으로 향하며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야겠다. 
‘여보세요? 할머니! 잘 지내셨어요?’ 
                                                                                                                            손녀의 글, 14p.

가위, 바위, 보, 야! 내가 이겼다. 아버지는 주먹, 나는 보자기. 
웬 가위바위보냐고? 오늘 아침 상에 두 그릇의 국이 나왔다. 
하나는 미역국, 하나는 떡국 국물, 누가 미역국을 먹을까? 
아버지의 말씀에 내가 제의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미역국을 먹기로. 아빠는 자신이 있으셨다보다. 흔쾌히 승낙해  일어난 장면이다. 양보는 없다. 이긴 나는 미역국을 맛있게 먹었다. 하하하 아이들이 보면 무엇이라고 평했을까. 
                                                                                                                할머니의 1-2월의 일기, 271p.